목회칼럼
로마의 소금길
작은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이탈리아 조그마한 어촌에서 소금을 거래하던 상인들이 모여서 만든 나라이다. 페니키아 시대부터 로마 근교 테베레 강 하류에서 소금이 생산되었는데 이것은 유럽 최초의 해양염전이었다. 당시 북유럽 염호나 지하광산에서 생산되는 얌염은 채굴단가가 비싸고 운송비도 많이 들었다. 이에 비해 테베레 강 하구의 소금은 하천을 통해 곧바로 로마시내로 운송되었기 때문에 로마 건국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로마는 소금유통의 중심지가 되어 전 유럽에 소금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길이 그 유명한 '비아 살라리아'(소금길)이고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로마로 향하는 모든 길이 닦여졌다. 그래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로마 초기에는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했다. 관리나 군인에게 소금으로 급료를 지급했는데 이를 '살라리움'이라고 했고 여기에서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 샐러리맨'이 유래되었다. '병사'(soldier)도 라틴어 '소금'(sal)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1세기경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염전을 상실한 로마는 점차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시베리아의 모피길
인간이 처음 만난 옷감은 동물의 털가죽이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창3:21)했다. 고대부터 동물의 모피는 사냥의 기념물이자 신성한 종교적 가치를 지닌 귀한 소재였고 값이 비싼 대표적인 사치품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외투 한 벌을 만들려면 다람쥐 수백 마리, 여우 수십 마리가 필요했다. 결국 유럽의 모피 동물들이 멸종의 위기를 맞이하자 사람들이 시베리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어지자 자연히 국제무역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당시 모피 사냥꾼들의 시베리아 개척속도는 군대의 진격 속도보다 더 빨랐다. 이로 인해 18세기 말경 광활한 시베리아 숲에서 모피 동물들이 사라지자 러시아 무역상들은 베링 해협을 건너 북태평양으로 넘어갔고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비버모피, 담비모피, 해달과 바다표범, 은여우에 이르기까지 모피 동물이 있는 곳마다 사냥꾼들이 진출하여 길을 닦았다. 모피는 세계사적으로 시베리아 개발과 북아메리카 내륙 개척의 중요한 추진 동력이 되었다.
인도항로와 향신료
대항해 시대의 역사는 한 마디로 향신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육규의 맛을 내는데 동양의 향신료가 필수적이었다. 향신료 중에는 인도의 후추, 스리랑카의 계피, 동인도제도의 육두구, 몰루카 제도의 정향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향신료는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공급되었는데 오스만제국이 무역로를 차단하자 가격이 100배, 600배 까지 폭등했다. 그러자 1498년 바스코 다가마의 포르투칼 함대가 향신료를 찾아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가로질러 인도 캘리컷에 도착했다. 항해를 시작한지 2년 만에 리스본으로 다시 돌아온 함대는 인도에서 가져온 상품들로 6,000%의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이때부터 서구 열강들의 동양진출이 시작되었다. 1519년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이끈 스페인 함대는 서쪽으로 항해하여 필리핀을 거쳐 정향의 원산지인 몰루카 제도에 도착했다. 스페인을 떠난 지 3년 만에 귀환한 선원들은 26톤의 향신료를 싣고 돌아왔다. 그 후 동인도제도는 서구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 유럽의 식민지가 되어 수백 년간의 수탈의 역사를 이어가게 되었다.
골드러시, 유전개발, 다이아몬드 광산 등 돈이 되는 곳마다 사람이 들끓고 길이 닦여지지만 자원이 고갈되면 버려지는 땅들이 많다. 1908년 중동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굴되자 결국 중동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이 되었고 중동의 석유는 일찌감치 미국과 유럽의 석유메이저들의 소유가 되었다. 한대 이들은 세계 원유생산량의 68%, 중동석유생산의 99%를 장악했고 '유전개발-생산-정제-판매"의 과정을 거치면서 떼돈을 벌었다. 그러나 1960년 산유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ECDR)를 결성하자 석유생산의 지배권은 산유국의 숙영 석유기압으로 넘어갔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전쟁은 모두 석유지배권을 장악하려는 몸부림이다. 석유산업을 두고 벌리던 각축은 2007년 미국이 셰일가스를 개발하자 일거에 판세가 미국으로 기울었다. 이제 21세기의 돈이 되는 시장은 AI(Artificial Intelligence)로 옮겨가고 있다.
<뉴스앤뉴타운 2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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