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1453년 봄,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한 16만 명의 오스만대군은 연일 대포를 쏘아 대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도시를 두르고 있는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넘지 못했다. 지루한 대치를 계속하던 술탄 메흐메트 2세는 54일 만에 성벽의 약한 곳을 찾아내어 예니체리가 이끄는 수만 명의 돌격대를 앞세워 천년을 버티어오던 기독교의 장벽을 넘어 콘스탄티노플에 진입했다. 이로써 기원전 8세기에 태동하여 서로마와 동로마로 이어지며 2천 년을 넘게 유지되어온 로마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슬람의 전사로
예니체리는 술탄을 보호하는 친위대이자 오스만제국이 벌인 정복전쟁에서 항상 선두에 서서 싸운 최정예 부대였다. 오스만 제국 건국초기에는 전쟁이 시작되면 일터에 있던 남자들이 동원되어 급하게 부대를 만들어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점차 전문적인 군인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3대 술탄인 무라드 1세는 포로로 잡힌 기독교 가정의 소년들을 데려다가 무슬림으로 강제개종을 시키고 군인으로 만들었다. 10살도 안된 어린나이에 징집이 되어 혹독한 훈련과 함께 강력한 정신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술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간 병기로 키워졌다. 16세기 전성기에는 이들의 숫자가 1만 5천명에 이르렀다. 미록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때는 최전선에서 기독교인들을 학살하는 전위부대가 되었다. '예니'는 새로운, '체리'는 병사로 '새로운 병사'라는 의미이다.
터키행진곡
이스탄불의 톱카스 궁전입구에는 황제의 문이 있고 그 문으로 들어가면 '예니체리의 마당'이라고 불리는 광장에 이른다. 전성기의 예니체리는 각양각색의 사슬갑옷을 입고 챙이 없는 둥근 모자에 길고 화려한 깃틀을 장식하고 왼쪽허리에는 장검을 꽂고 오른쪽 어깨에는 머스킷 장총을 매었다. 예니체리 군대는 오스만제국 팽창의 상징이었고 전투 시 항상 맨 앞줄에서 적들과 싸우는 용맹한 군인의 상징이었다. 이들이 출정할 때는 '메흐테르'라는 군악대가 우렁차게 음악을 연주해서 이 음악은 적들에게 오스만군이 당도했으며 곧 전투가 시작된다는 신호가 되어 엄청난 공포를 안겨 주었다. 모차르트가 1778년 이 군악대의 리듬을 따라 만든 것이 '터키행진곡'이다. 오스만 최고의 건축가였던 미마르 시난도 예니체리 출신인데 그는 블루모스크, 술레이마니예 모스크 등 수많은 이슬람 건축물을 만들었고 건설장교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가 만든 요새 앞에서 엄청난 수의 기독교 병사들이 죽어갔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히포드롬 광장의 비극
초기 예니체리는 사유재산과 혼인을 금했고 병영에서만 거주하게 됐지만 점차 군사적인 활약이 커지면서 결혼이 허용되었고 자식들이 대를 이어 예니테리로 충원되었다. 예니테리가 전쟁에서 활약하는 한 오스만제국은 무적이었고 이슬람의 영토는 넓어졌다. 동시에 예니체리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술탄을 보호하던 예니체리가 술탄에게 위협이 되었다. 이들은 무력을 이용하여 부를 쌓았고 정치에 개입하여 술탄을 죽이거나 폐위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1662년에는 예니체리를 해체하려는 술탄 오스만 2세를 암살했고 그 후에도 수차례 반란을 일으켰다. 19세기 초에는 군대를 현대화하려던 셀림 3세를 끌어내리고 그의 사촌동생인 마흐무트 2세를 권좌에 올렸다. 마흐무트 2세는 10년 권력보강에 힘쓴 후 1862년 신식 군대를 동원하여 예니체리를 해체 시켰다. 이때 저항하던 예니체리 대부분은 히포드롬 광장에서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처형을 당하거나 유배에 처해졌다. 기독교도들이었던 예니체리는 500여 년간 오스만 제국을 위해 충성하다가 마지막에는 부패하여 자멸하고 말았다.
예니체리에 속해 있던 군악대인 '메흐테르'는 세계 최초의 군악대였다. 그들은 다른 군악대처럼 신호를 위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 음악을 연주했고, 심지어 전장에서도 연주했다고 한다. 지금도 터키에서는 여전히 '메흐테르'가 군악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이스탄불의 군사박물관에서는 예니체리가 돌격명령을 받았을 때 연주했던 '돌격행진곡'을 매일 3~4시에 연주하고 있다.
<뉴스앤뉴타운 4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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